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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

가족 변화의 세 가지 요인

1.인구학적 요인

한국 가족에 변화를 가져온 요인으로는 먼저 인구학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인구학적 요인 중에서 첫째로, 초혼 연령의 상승은 한국 가족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남녀의 초혼 연령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1960년 남녀 각각 25.4세, 21.6세이던 것이 1990년에는 남자 29.1세 여자 26.3세로 상승하였다. 이러한 만혼 경향은 첫 자녀 출산 연령도 늦추어 1960년대 23.0세이던 것이 1990년대 28.3세로 상승하였고, 2008년에는 30.8세로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결국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혼인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혼인 후 가임 기간의 감소로 출산율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15~49세의 가임여성 한 사람이 평생 동안 낳은 평균 자녀수)은 1960년에 6.0으로 매우 높았으나 1987년 인구대치기준인 2.1에 도달하였고,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OECD회원국 중에서도 최저수준을 유지하는 등 지난 40년간 한국의 출산율은 그야말로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였다. 특히 올해는 경제난으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사람이 늘면서 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사회 환경의 변화

위에서 살펴본 인구학 요인이 한국 가족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인구학 요인 역시 보다 근본적인 다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것은 바로 사회 환경의 변화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산업화는 도시화, 핵가족화를 가져오고 그에 따라 전통적으로 가족이 수행하던 기능의 약화를 야기하여 이혼 및 별거 가족, 주말가족 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산업화의 진전은 더 많은 교육기간을 필요로 하게 됨에 따라 혼인 연령을 늦추게 되어 전통 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만혼 경향을 낳게 하고, 이것이 1인 가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산업화로 인한 도시화 현상은 이동가능성 및 제한된 물질적 환경 등으로 인해 가족구조와 형태 및 가족 생활양식 등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도시화의 결과로, 농촌에서 도시로 대량의 인구이동이 이루어지면서 농촌에는 고령 노인들의 독신 가구가 증가하게 되었다. 또한 여성의 교육 수준향상과 경제활동 참여로 인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상승은 출산과 이혼 등 가족에 대한 태도에 변화를 가져와 한국 가족에 변화를 나타내게 되었다.

3. 가치관의 변화

이러한 사회 환경의 변화는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여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제도로서 생각하던 결혼이 이제는 개인이 선택하는 하나의 생활 형태로서 여겨지는 경향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으며,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그리고 나이가 젊을수록,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더 높게 나타나 이러한 변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자녀에 대한 가치관도 변하여 자녀 출산 역시 결혼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개인적 선택 사항이라는 생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 ‘자녀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90년대 초 90%를 웃돌았으나 최근에는 50%정도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 역시 교육 수준이 높고 나이가 젊을수록 더 높게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도 그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이혼에 대한 태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이혼을 불행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과거와 같이 이혼을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최근 들어 황혼 이혼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이혼 역시도 하나의 가능한 개인적 선택 사항이라는 인식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 가족의 변화는 결국 사회 환경의 변화로 인한 가치관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한국 가족 변화의 사회적 의미>

이상에서 살펴본 가족 형태의 다양화 및 새로운 가족 형태의 출현은 우리의 가족이 얼마나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 가운데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는 가족의 주류 형태가 확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서서히 이동하였으나, 탈 근대화 과정에서는 가족의 핵분열과 새로운 윤리의 융합이 반복되어 변동 방향을 쉽게 예측할 수 없을뿐더러 그 내용은 전형적인 가족에서 한참 벗어난 비전형적인 요소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편에서는 가족의 위기, 나아가 가족의 해체를 우려한다. 그리고 결혼과 출산의 중요성의 강조를 통해 전통적인 가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가족이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재구조화되고 있으며 단지 가족이 다양화되고 있을 뿐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형태로 주조되어야 한다고 가정하는 것보다 가족 유형과 성생활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무엇이 정상 가족인가’에 대한 신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가족의 위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전통 가족이 곧 정상 가족이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반면 가족의 재구조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와 양성 평등을 지향하는 근대 가족이 정상 가족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오늘의 가족이 전통적인 가족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족의 이상적인 모형이 되기에 과거의 가족에는 너무 억압적인 요소들이 많으며, 결혼과 가족 형태를 변화시킨 사회 변화 자체를 되돌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적인 형태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다. 우리 사회는 집단주의 성향으로 ‘차이’를 존중하지 않고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관건은 왜 우리에게 가족이 중요한가 하는 것이다. 가족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이자, 아동 양육과 사회화 기능, 가족 구성원의 부양 및 보호기능,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서 서로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식처로서의 기능 등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가족에게는 이러한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개인으로서의 가족 성원보다는 집단으로서의 가족이 우선시되며, 그 가족의 영속성과 발전을 유지하기 위한 ‘집안’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족주의 성향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누구보다도 우리 가족이 잘 되어야 한다.”는 가족 이기주의 성향 때문에 집단 이기주의와 같은 많은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러기 가족의 문제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기러기 가족의 교육 투자의 특징은 비용 측면에서도 거의 전 재산을 다 쏟아 붓는 과도한 투자임과 동시에 교육을 위해 전가족의 생애를 다 바쳐 희생을 감수하는 것으로 자녀의 성공을 위해 가족을 수단시하는 도구적 가족주의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가족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것이지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으며 특히 특정 가족 성원을 위해 다른 가족 성원이 희생을 하거나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은 바람직한 가족의 모습으로 볼 수 없다.

저 출산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저 출산 현상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이 약화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을 단순히 국가경쟁력의 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다. 출산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가 아니라 창조의 섭리를 경험하게 하는 하나님의 축복이자 공동체의 정신적 도덕적 가치를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하게 하는 신성한 책무로 여겨져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혈연을 중심으로 하는 삶의 방식은 올바른 태도라고 볼 수 없으며 우리 사회에 바람직하게 기여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혈연이나 지연에 연고한 가족주의가 아니라 신앙 공동체 안에서 기독교 정신에 터한 새로운 가족을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가족의 삶은 ‘우리’라는 경계를 허물고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 새로운 지평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족만을 중시하는 태도는 우리 사회를 가족들 또는 집안들 사이의 대결장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이제 우리의 가족은 사사로운 이기주의자의 양산을 중단하고 공공의 삶에 책임 있게 참여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산실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가족과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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