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의 실태와 과제
성폭력의 실태와 과제
최 영애(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Ⅰ. 국내 성폭력 실태
1. 실태
1) 법무연수원의 1989년 범죄백서에 의하면 성폭력은 갈수록 증가되는 추세에 있으며 1975년에 2,794건, 1987년에는 5,034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80년대 이후로는 매해 5,000여건씩 신고되고 있으며 70년대에 비해 2배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1991년 범죄백서에 따르면 강도, 강간의 경우 1981년에서 1990년 사이에 4.3배로 증가되었다.
2) 1990년 한국 형사정책연구원의 ‘성폭력의 실태 및 대책에 관한 연구’를 보면 신고율은 실제 발생건수의 2.2%에 불과하였는데 1996년에는 6.1%라고 발표되었다. 이 신고율로 실제 발생건수를 추산해보면 한해에 25만 여건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 여성들의 76.4%가 가벼운 추행을 경험한 바 있고, 심한 추행은 23.7%, 성적 희롱은 48.6%, 강간미수는 14.1%, 어린이 성추행은 6.5%로 나타 났다.
3) 보건복지부 소속 전국의 43개소 성폭력 상담 실적은 24,788건으로 ’97년(12,358건)의 2배가, ’96년(7921건)보다는 3배 이상 가능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성폭력이 급증한다기 보다는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성폭력 상담소들이 개설 증가와 유관한 것으로 보여진다. 상담유형은 강간이 8317건(33.5%), 성추행이 5,419건(21.9%), 기타 성희롱, 음란정화 등이 11,052건(44.6%)이다. 그리고 전체 피해자의 45%가 19세 이하였다.
연도/구분 |
’96 |
’97 |
’98 | ||||
피해 유형 |
계 |
7,921 |
100.0 |
12,358 |
100.0 |
24,788 |
100.0 |
강간 |
3,620 |
45.7 |
4,649 |
37.6 |
8,317 |
33.5 | |
성추행 |
2,539 |
32.1 |
4,832 |
39.1 |
5,419 |
21.9 | |
기타 |
1,762 |
22.2 |
4,832 |
23.3 |
11,052 |
44.6 | |
상담소 수 |
24개소 |
36개소 |
43개소 |
계 |
피해 유형 |
피해자 연령 | |||||
강간 |
성추행 |
기타 |
유아 (7세미만) |
어린이 (7-13세) |
청소년 (14-19세) |
성인 (20세이상) | |
24,788 |
8,317 |
5,419 |
11,052 |
1,048 |
2,371 |
7,573 |
13,796 |
비율(100%) |
33.5% |
21.9% |
44.6% |
4.2% |
9.6% |
30.6% |
55.8% |
<표3> 성폭력 가해자 유형
계 |
근친 |
친,인척 |
동급생 , 후배 |
이웃 |
교사,강사 |
모르는 사람 |
직장동료 상사 |
기타 |
24,788 |
1,697 |
1,074 |
1,778 |
2,077 |
798 |
3,182 |
2,180 |
12,052 |
비율 |
6.9% |
4.3% |
7.2% |
8.2% |
3.2% |
12.8% |
8.8% |
18.6% |
2. 성폭력 피해 특성
한국성폭력상담소가 91년 4월 13일 개소 이후 99년 12월 31일까지 받은 총 상담건수는 25,767회 17,244건이다. ’99년도 본 상담소에 접수된 상담은 3,692건으로 98년도 2,948건보다 25.2% 증가하였고 총 상담회수는 5,397회로 98년도 4,285회보다 25.9% 증가하였다. 성폭력 범죄 및 피해 특성을 98년도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 특성
성폭력 피해자의 97.0%가 여성으로 성폭력 범죄는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이다. 남성피해는 92건으로(2.5%) 피해자는 13세미만의 어린이들이며 주로 성인 남성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성폭력 피해의 대상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고 지위가 낮은 여성과 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2) 피해유형
전체상담 건수 3,692건 중 성관련 상담 338건, 가정폭력 532건, 스토킹 258건 등 기타 상담 1,128건을 제외한 성폭력 피해상담 총 2,564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일반 강간 1,065건(28.8%), 특수강도 강간 131건(3.5%), 강간미수 99건(2.7%), 강제추행 838건 (22.7%), 성희롱252(6.8%), 통신매체이용음란 83건(2.2%), 남성피해 92건(2.5%), 몰래카메라 4건(0.1%)로 나타났다.
3) 연령
성폭력 피해자들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성인이 1,447건(56.4%), 청소년이 504건(19.7%), 13세 미만의 어린이가 510건(19.9%), 미상이 103건(4.0%)이었다. 총 피해자의 43.6%가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나타났다.
4)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아는 사람이 1934건으로 75.4%로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에 의해 훨씬 많이 발생하고 있다. 아는 사람을 다시 분류해 보면 친족이 281명으로 11.0% 동네사람이 273건으로 10.7% 직장상상와 동료 등이 570건으로 22.2%, 데이트 상대가 162건으로 6.3%, 동급생 선후배 등이 132건으로 5.1%, 교사, 강사는 71건으로 2.8%, 성직자 32건 1.2%그외 기타 413건(의료행위 중 피해 등)이다. 이는 이제까지 성폭력은 주로 모르는 사람에 의해 일어날 것이라는 일반적 통념과는 상반되며 성폭력을 우발적 범죄로 보는 인식에 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5) 어린이 성폭력
13세 미만의 어린이 성폭력은 510건으로 전체 피해의 19.9%를 차지하며 가해자는 친족, 이웃아저씨, 가게 아저씨, 경비원, 교사 등 어린이를 보호해 주어야 할 주변인물에 의해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어린이 성폭력 예방과 근절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6) 친족 성폭력
친족 성폭력은 어린이 성폭력의 23%를 차지하며 전체 상담 2,564건 중 친족 성폭력은 281건으로 전체의 11%라는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친족 성폭력 중 친부, 의 양부, 형제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236건(86%)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특히 친족 성폭력 피해자 가운데 13세 미만의 어린이가 43%, 청소년(14세~19세 미만)이 40%로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83%로 친족 성폭력의 심각성이 나타나고 있다.
3. 피해 후유증
1) 개인적 후유증
성폭력 피해는 피해자의 전 인격에 깊은 상처와 광범위한 후유증을 남긴다. 성폭력을 당한 나이, 가해자와의 관계, 피해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고 그 결과 가족관계, 교우관계를 포함하는 대인관계의 균형을 잃게 되어 점차 환경으로부터 고립 단절되며, 또한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인격의 통합성을 상실하게 되어 총체적인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성폭력 피해자가 겪게 되는 후유증을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신체적 후유증
a. 상처, 처녀막 파열, 출혈, 염증, 상해, 성병감염, 임신, 낙태, 불임, 불구, 사망
b. 심인성 통증, 두통, 복통, 방광염, 경련, 근육통, 불면증, 수면장애
(나) 심리적 후유증
a. 정서영역 : 과잉반응, 공포와 불안, 우울, 분노, 죄의식, 수치심, 순결상실감,
강박장애증, 악몽, 증오, 낮은 자존감
b. 인지능력 : 해리, 억압, 다중인격, 부정, 부정적 자기 개념, 환각, 환청
(다) 사회적 후유증
a. 대인관계 어려움 : 거부, 공포, 친밀 공포, 남성기피, 남성혐오, 대인 불신, 과잉책임,
과잉통제, 방종, 불명확한 자아 경계
b. 사회생활의 부적응 : 학습부진, 등교거부, 자퇴, 가출 등
c. 행동 영역 : 자해, 파괴적인 행동, 자살기도, 공격 행동, 우울증, 자살, 섭식 장애
(과식, 거식), 알콜 및 약물 남용
(라) 성적 후유증
성적인 후유증으로는 자위, 왜곡된 성정체감, 동성 애착, 이성혐오, 성폭력가해, 성 기능 장애, 성 혐오, 불감증, 섹스와 애정의 혼란, 과잉 성행동이 나타난다.
2) 사회적 후유증
어린이 성폭력은 청소년 문제, 매 매춘 등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세계관이나 자아가 확립되어 있지 않고 판단능력이 약한 사춘기에 처음으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인식하면서 우리사회 순결관에 의해 좌절감으로 방황하다 가출, 비행청소년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매춘여성으로 유입되기도 한다.
또한 성폭력은 현재 일반 여성의 스트레스 제1요인이 되고 있으며 94%가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성폭력에 대한 불안감은 여성의 일상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쳐 활동 범위를 축소시키고 있다. 또한 여성은 남성에게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남성은 여성을 대할 때 가해자로 오해받을 두려움 등으로 인하여 남성과 여성이 서로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어 사회적인 불신감으로 발전할 수 있다.
4. 발생 및 증가 요인
1) 6.1%의 낮은 신고율
성폭력 범죄가 증가되는 가장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6.1%의 낮은 신고율을 들 수 있다. 신고율이 낮은 이유는 대다수의 피해 여성들은 남성의 성적 충돌을 유발시켰거나 적어도 부주의해서 당했을 것이라는 사회적 비난과 흠이 생긴 여자라는 순결 상실감과 이에 대한 멸시가 가져오는 두려움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증거물 확보에 있어서 병원 지원체계가 없기 때문에 진단서 발급의 어려움, 고소에 있어서 법적인 정보의 부재, 증거물을 피해자가 확보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신고를 꺼리게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성폭력 범죄가 은폐됨으로써 성폭력 범죄의 심각성이 간과되고 성폭력을 사회적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적절한 사회적 대응책 마련 소홀을 가져오고 단지 몸조심, 문단속 차원에 머물게 하여 성폭력을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가해자에게 아무런 사회적 제재를 가하지 않음으로써 또 다른 성폭력 발생요인을 제공하는 셈이다.
2) 성폭력 관련법의 문제
현재 성폭력 범죄는 1994년 4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성폭력특별법에 의해 처벌되고 있다. 성폭력 특별법은 기존의 성폭력 관련 처벌법들이 갖고 있던 문제점을 개선 보완하고 성폭력 예방과 사후 대책을 함께 마련한 통합법이다. 이 법안은 98년 1월 1일 개정되어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범죄의 가중 처벌, 친족범위를 확대시켰고, 98년 12월 28일 몰래카메라에 대한 처벌 조항을 삽입시켜 재개정하였다. 그러나 성폭력 특별법은 아직도 성폭력을 강간과 추행에 대한 죄로 명명하고 성적 자기 결정권에 반하는 개념 규정을 하자는 여성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또한 여전히 추행이나 강간의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고 항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협박이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어린이 성추행의 경우 증거물이나 증인이 없고 어린이 진술밖에는 없는 경우, 어린이의 진술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러한 요소들은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들의 권익을 보장하기에는 크게 미흡하여 성폭력 피해자의 고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3) 사법처리 과정의 문제
현재 성폭력 처리과정은 일반 형사소송절차와 똑같아 개인의 사적인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건을 전담 부서에서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 사건에 대한 바른 인식이나 성폭력 수사방법에 대한 훈련을 받지 않은 경찰에 의해 수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제2, 제3의 피해를 받게 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인이 고소를 포기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4) 24시간 전일 운영제 강간위기센터의 부재, 전문상담소의 부족
신고율이 낮은 이유 중에는 전문 위기센터의 부재와 전문상담소의 부족을 들 수 있다. 현재와 같이 강간과 순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사회에서, 더구나 사법처리 과정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여성들이 개인적으로 용기를 내어 신고하기는 매우 힘들다. 또한 성폭력피해자들이 언제든지 신속하게 찾아 갈 수 있고, 신분의 비밀유지와 프라이버시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특별장소나 공간이 확보되고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의료조치 및 후속조치에 관하여 훈련받은 의료진이 확보된 강간위기센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들의 상처 극복에 있어서도 자신을 위로하고 지지해주는 성폭력피해 전문심리상담은 매우 중요하다.
5) 남성중심적 성문화
성폭력을 은폐시키는 주된 요인인 강간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여성에게만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남성중심적 순결관, 즉 남성의 성적 욕구는 본능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남성의 성적행위에 대해서 관대, 허용적인 반면 여성에게는 절대적 순결을 강요하는 이중적 성규범, 성관계를 상호간의 동의적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에 국한하여 보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도 성관계로 간주하는 성기중심적 성인식이 성폭력을 발생시키는 주요요인이 되고 있다.
6) 성의 상품화와 퇴폐적 성문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성은 상품화되어 사교, 오락, 유흥, 향락과 퇴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적의 다 기능적 소모품이 되어간다. 특히 여성의 성 상품화가 확산되고 서구의 성 개방 문화가 음란․퇴폐 내용의 비디오나 성인 오락지, 도색잡지, 청소년용 음란 저속만화를 통해 들어오고 스포츠 신문들의 가학성, 폭력성이 공공연히 노출되는 현실이 각종 성폭력과 성범죄를 조장하는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청소년 성폭력 가해자들의 경우 90% 이상이 음란비디오를 본 적이 있고 음란비디오를 본 후 충동을 느껴 다른 사람에게 성폭력을 한 경우들이 많다는 보고가 있다.
5. 성폭력에 대한 통념
1) 일반적 통념
통념 1 : 성폭력은 나하고는 무관한 일이고 나에게는 일어날 수 없다?
1996년 법무부 범죄백서에서 보면 강간 신고율이 6.1%이다. 이 신고율로 추산해 보면 한 해에 25만건, 하루에 877건, 1시간에 37건, 3분에 2건이 일어나고 있다. 성폭력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신분, 직업, 나이와 관련없이 피해를 당하고 있으며 어느 특수한 계층의 사람이 당하는 피해가 아니다.
통념 2 : 성폭력은 젊은 여성들에게만 일어난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성폭력피해자 중 25%가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이다. 또한 피해자의 나이도 생후 만 4개월의 아기부터 70세 이상의 할머니까지 분포되어 성폭력이 나이에 상관없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통념 3 : 대부분의 강간은 낯선 사람에 의해 우발적으로 발생한다?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은 전체의 70%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서 아는 사람이란 데이트 상대나 애인, 선후배, 직장 동료나 상사, 이웃집 아저씨나 아는 오빠, 아버지 또는 친인척 등이다. 성폭력은 우발적이라기보다는 계획된 범죄가 많으며 가해자는 성폭력의 시간과 장소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나타난다.
통념 4 : 강간은 폭력이 아니라 조금 난폭한 성관계이다?
성관계란 남녀간에 애정이나 친밀감 등을 나타내는 의사소통과 상호교감의 한 방법이다. 그러나 강간은 사랑의 행위가 이루어지는 성기라는 부분에 여성의 뜻과는 관계없이 가해지는 폭력이지 성관계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통념 5 : 성폭력은 억제할 수 없는 남성의 성충동에 의해 일어난다?
성폭력은 남성의 억제할 수 없는 ‘성충동’이 아니라 ‘남자는 억제할 필요가 없다’고 배워 왔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성폭력은 남성 개인의 성충동 때문에 발행하는 것이기보다 남성의 공격적인 성행동을 ‘남성다운 행동’이라고 묵인하거나 심지어 조장하는 사회적 풍토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통념 6 : 여자들은 강간당하기를 바란다?
성폭력 피해여성들은 아무리 사소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했어도 그 분노와 수치심이 몇 달, 몇 년을 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순결관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자살, 생활부적응, 정신병 등으로 이어지는 피해를 여성 스스로가 바란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통념 7 : 여자가 끝까지 저항하면 강간은 불가능하다?
강간범은 많은 경우 말로 위협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때리거나 흉기로 위협하기도 한다. 그리고 피해자인 여성은 극도의 공포와 수치심을 느껴 저항하기보다는 무력해지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저항해도 강간을 피할 수 없다. 극심한 위기상황에서 끝까지 저항하라는 것은 여성에게 목숨을 걸고서라도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통념 8 : 강간범은 정신이상자이다?
강간범 중에는 남달리 포악하거나 정신적으로 비정상적인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사회생활을 멀쩡히 잘하는 정상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겪는 소외감, 열등의식, 박탈감, 분노 등을 힘이 약한 여성과 어린이에게 표출하고 있는 잘못된 성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통념 9 : 여자들의 야한 옷차림과 행동이 강간을 유발한다?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사회 풍토가 근본적인 문제이다 남성이 아무리 짧은 반바지와 소매 없는 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성적인 대상으로 보거나 성폭력의 대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에 반해 노출된 옷을 입은 여성만이 성폭력을 유발했다고 보는 것은 모순이다. 여성이 노출된 옷을 입었다고 해도 성폭력을 당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통념 10 : 여성들이 스스로 조심하는 것 말고는 성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
이것은 여성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여성 스스로 조심하는 것은 최소한의 임시방편으로서 여성의 행동을 제약하고 구속하는 것일 뿐 적극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 성폭력을 방조하거나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고 적극적인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통념 11 : 이성교제 시에 성폭력이란 있을 수 없다?
이성교제 시에 손잡기, 어깨에 손 올리기, 키스, 포옹 등 다양한 성적인 행동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 성적인 행동이 일어날 때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성행위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분명히 성폭력이다.
통념 12 : 남자는 성폭력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남자 청소년들 역시 성폭력피해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적인 비율에 있어 여성피해자에 비해 작기는 하지만 그 실태는 더욱 복잡하다. 남성피해자들도 정서적 혼란과 죄책감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2) 아동 성폭력에 대한 통념
통념 1 : 아이들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거나 성폭력에 관해 거짓말을 한다?
아동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성폭력에 관해 거짓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성폭력의 경험이 없는 아동이 성적행동에 관한 상세한 지식을 알기는 어렵 다. 통계상으로 볼 때 아동 성폭력에 관한 대부분의 보고들은 사실이다.
통념 2 : 성폭력은 대부분 모르는 이에 의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성폭력은 피해자가 알거나 신뢰하는 사람에 의해 행해진다.
통념 3 : 아동에 대한 가해자들은 행실이 나쁘고 험악하고 비정상적이다?
가해자들은 다양한 직업을 지니며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아버지, 할아버지, 친척아저씨, 형제들, 계부 어머니, 할머니, 친척아주머니, 자매, 계모, 아이 봐주는 사람, 코치, 선생, 의사, 사회사업가, 종교지도자, 이웃 등
통념 4: 귀엽다고 어루만지는 것, 프렌치 키스, 성기노출 등의 행동들은 실질적인 성 폭력이 아니며 아동들에게 별로 해롭지 않다. 어쩌면 이런 행동들은 유용하고 교육적 일 수도 있다?
직접적인 형태든 간접적인 형태든 어른, 더 나이가 많은 아동, 성숙한 형제에 의한 성적인 접촉은 성폭력이다. 개인은 형태, 정도, 지속기간에 상관없이 성폭력에 대해 각각 다르게 반응한다.
통념 5 : 성폭력이 행해지는 동안 불평하거나 고통을 드러내지 않거나 신체적인 반응 (쾌감이나 발기 등)을 한다면 성폭력이 아니다?
성적인 자극에 대해 신체적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신체적 생리기능이 정상이라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신체적 반응이 아동이 성폭력을 즐기는 표시라고 여겨서는 안된다. 성폭력은 그러한 행동이 아동에게 신체적으로 좋은 느낌을 주든 그렇지 않든 범법행위다. 많은 경우 아동은 자기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할 만한 정신적 기제가 없다.
통념 6 : 성폭력이 일어나는 것은 아동의 과실이다?
성인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이 있다. 성인의 행동에 관해 아동이 책임질 수는 없다.
통념 7 :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은 평생 흔적이 남는다?
많은 수의 아동성폭력 피해자들은 치유되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상을 영위한다. 대부분의 경우, 성폭력은 가시적인 육체적인 표시를 남기지는 않고, 피해자가 말하지 않는한 그러한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통념 8 :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에게는 눈에 띄는 상처가 남을 것이다?
어린이에게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금품이나 선물, 놀이 등으로 유인하는 경우가 많다. 성추행을 당한 경우 파열이나 치상이 안나타나며 쉽게 아물어 흔적이 없을 수도 있다.
통념 9 : 동성(또는 이성)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들은 동성연애자로 자란다?
가해자의 성에 의해 피해자의 성적 경향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통념 10 : 상담기관이나 복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면 아이를 멀리 데려갈 것이다?.
상담기관의 역할은 아동을 안전하게 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만약 가해자가 아동과 한 집에 산다면 상황에 따라 아동이 아니라 가해자를 격리하기 위해 협조할 것이다.
통념 11 : 부모나 보호자가 잘 보호해주지 않거나, 감시하기를 소홀히 해서 아동 성폭 력이 일어난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가해자만이 행동에 책임이 있다. 많은 가해자들은 피해자와 보호자를 속이는데 능숙하다.
통념 12 : 엄마가 배우자와 성적으로 원활하지 못한 경우 아동성폭력이 발생한다.
가해자들은 배우자와 원만한 성생활를 가지면서도 아동 성폭력을 지속한다.
통념 13 : 가해자는 술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지 못 한다.
알콜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든 아니든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이 있고, 자신의 범법 행위와 약물/알콜 중독에 관한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통념 14 : 피해자들은 자라서 아동에 대한 이상 성욕자가 된다.(아동성폭력 가해자)
이것을 뒷받침하는 통계는 없다. 성폭력 가해자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어려서 피학대의 경험이 있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지만 성폭력 피해아동들이 자라서 반드시 성폭력 가해자가 되지는 않는다.
3) 직장내 성폭력에 대한 통념
통념 1 : 직장내 성폭력이란 몇몇 사람의 문제다?
직장여성 중 15.4%가 강간, 추행 등의 직장내 성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83.6%가 언어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7.4%는 성적인 폭언을 경험했다고 나타났다. 성적인 폭언이나 가벼운 신체접촉은 피해여성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지만 직장내에서 너무나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해자나 피해자가 성폭행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직장에서의 성폭행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몇몇 사람이 당하는 사소한 문제인 것은 아니다.
통념 2 : 직장내 성폭력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직장내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입는다.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끼고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신장애나 두통, 위장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직장을 그만 두고, 다른 직장을 구하고, 심리치료 과정에서 경제적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직장내 성폭력은 노동조건의 악화, 노동의욕 상실, 인간관계의 훼손 등 업무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그 영향이 피해당사자 외에 동료, 직장 전반에까지 미친다.
통념 3 : 성적인 농담이나 가벼운 접촉은 직장생활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성적 농담은 직장여성에게 수치감과 모욕감을 준다. 따라서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주는 농담은 직장생활의 활력소가 아니라 성폭력이고 인권침해이며 업무수행을 방해하고 능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생산성을 낮춘다.
통념 4 ; 직장내 성폭력은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다?
불쾌한 성폭행을 경험하고도 모른척 지나가버리거나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태연하게 행동하는 것, 혹은 여성 자신의 옷매무새를 고치는 것 등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가해자의 행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성폭력이 지속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념 5 : 직장내 성폭력은 젊은 여성만이 당한다?
우리사회의 취업여성 중 10대~30대가 55.9%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직장내 성폭력 피해도 이 연령대에 많이 일어난다. 본 상담소에 접수된 피해사례를 보면 피해연령은 10대부터 50대까지다. 더구나 피해자 중 기혼여성이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직장내 성폭력은 연령이나 기미혼에 상관없이 취업여성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